대다수 전문가는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원가연동제’가 단순히 중소기업만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하청 구조를 바꾸고 강한 중소기업을 키워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체력을 강화시키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대기업은 핵심 부품 개발에 치중하고 나머지는 양질의 중소기업을 통해 공급받는 선순환 구조 마련이 효율적이고 가장 이상적인 길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여기에 치열해지는 기술경쟁 시대에 대기업이 모든 기술개발을 다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우는데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하도급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하대 최용록 교수는 “금융 지원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에 정부가 신용보증을 서 주는 것도 약간의 개입을 통해 산업 전체의 흐름을 원활히 하려는 의도인 것처럼 정부 기능의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시장 조정기능에 있다”며 “중소기업을 다양한 사업 파트너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키우기 위해선 원가연동제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다만 지나친 국가의 간섭을 피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되거나 대기업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법을 만들 수 있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유형보다는 하도급법에 가격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승일 박사도 “납품 중소기업들의 원자재 난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 원자재별 펀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만들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또한 납품단가 원가연동제가 성립하기 위해선 원자재값 급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 대기업이 가격 흡수 가능, 가격 인상분 납품단가 반영을 위한 정확한 원가계산 등 세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박정구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계약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합의에 기초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부적인 사항을 만들어 법제화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중기 모두 참여하는 하도급거래 공정원가 계산 전문기구 신설을 통해 합리적으로 마련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법제화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다.

이병욱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표준하도급 계약서·협력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던 이유는 가격을 결정하는 자유의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으론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경영 혁신을 소홀히 해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원자재값에 따라 납품단가 인상을 강제하면 대기업은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게 되고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 파이낸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