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건설분쟁 해결제도를 먼저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은 1996년 로드 울프의 Access to justice라는 보고서에 의해 사법제도의 변화가 있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공정하게 소송을 다루고 소송비용을 줄이기 위한 주된 목적으로 1999년 민사절차법(CPR; Civil Procedure Rules)을 제정했으며, 그 법의 중요한 내용 중 한 가지가 소송으로 가기 전에 분쟁당사자들 사이에 분쟁에 대한 서신교환이 이루어졌는지 또는 조정(Conciliation)과 재정(adjudication) 등의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울프 보고서의 주된 목표는 소송이 분쟁에 있어서 최종적인 마지막 수단으로 이용돼야 한다는 것이고 영국정부 또한 소송보다 대체적분쟁해결수단(ADR)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분쟁당사자 일방이 불합리하게 조정을 포함한 ADR의 제안을 거절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경우 영국법원에서는 소용비용 결정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원하도급 분쟁 발생시 해결을 위한 근거조항을 표준하도급계약서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소송과 중재 외 조정기구를 통한 분쟁해결 조항이 있다. 하도급법 또한 조정기구의 설치 및 구성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조정에 의해 합의가 이루어지고 분쟁당사자가 그 합의된 사항을 이행한 경우에는 시정조치 및 시정권고를 하지 아니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영국과 달리 아직까지 조정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또 분쟁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용해 소송을 전략적으로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이같은 부분들을 점차 고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국과 같이 민사절차법을 제정해 소송 전 충분히 상호간 분쟁에 관한 내용을 서신 교환하거나 다른 대체 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건설원가연구원 원장·공학박사

박양호 원장 plus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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