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약5년 동안 건설공사에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ES)이 발생되지 않았다. 지난 2004년과 2008년 원자재가격의 수급 불균형에 따라 한 해에 10%이상 건설물가가 상승한 적도 있었는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었다.

미국, 영국의 경우는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물가상승에 대한 리스크를 입찰금액에 포함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렇다보니 원자재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계약자들이 많은 손해를 보게 돼 ES조항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원가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영국의 경우는 민간과 공공공사를 구분하지 않고 계약서 및 계약조건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계약조건만 100가지가 넘게 존재하고, 공공 발주기관들도 민간이 만들어 놓은 것 중에 선택해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건설 계약조건은 공공과 민간으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원가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 자체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발주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 또는 지방계약법에 따라 상대적으로 계약금액조정 청구 조항이 자세하게 명시돼 있고 강제규정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 계약금액 조정 청구가 있으면 발주자는 신청서류를 검토해 강제적으로 조정을 해줘야 한다. 따라서 정부발주공사에서 원사업자가 설계변경 또는 경제상황 변동으로 인해 계약금액을 조정한 경우, 하도급 업체는 따로 신청절차 필요 없이 원사업자에게 지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민간건설공사의 경우는 사업시행자와 계약자간의 자율 협약에 의해 계약이 체결되므로 물가상승에 대한 리스크를 계약금액 조정 조항에 명시하지 않을 경우 지급받을 방법이 없다.

필자는 민간건설공사에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즉 민간건설공사에는 일반적으로 물가변동 조항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하도급 업체들은 입찰시 투찰금액을 정할 때 정부발주공사와 민간건설공사의 이러한 차이점을 면밀히 검토해 원가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사)건설원가연구원 원장·공학박사

박양호 원장 plustimes@naver.com